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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더 미스터리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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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회 작성일 25-06-20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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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더 미스터리라는 보드게임 장르를 어쩌다 알게 된 건지 기억이 안 난다. 추리, 미스터리에 환장하니 어쩌다 자연스럽게 마주쳤겠지 싶긴 한데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어쨌든 알게 됐고, 홀딱 빠졌고, 사람 잘 안 만나는 아싸만 아니었어도 죄다 섭렵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즐겼다(근데 머더 미스터리 좋아하는 사람 중에 찐 인싸가 있을 수 있을까…). 많이 못 해보긴 했지만 그래도 몇 개 해봤다고 기록해두고 싶어졌다. 아래는 스포 없는 후기들.

1. 시간을 달리는 트라이앵글

처음으로 해 본 머더 미스터리(이하 ‘머미’)였다. 오컬트 연구회에서 벌어지는 살인이라니~ 안 해볼 수가 없었음. 너무 재밌었고… 3인용 게임인데 셋 다 머미가 처음이라 좀 헤매기도 했지만 끝까지 완수했다. 근데 셋 중 한 명이 트롤링을 해서 쩜 짱났음(내 동료 아님 동거인 친구라 욕하는 거임). 이 플레이 이후로 머미는 단결력이 좋아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전원이 이 게임에 흥미가 많아야 잘 돌아간다는 것도….

2. 보랏못 리라이트

첫 번째 게임하고 다음 날인가? 동거인 붙들어 놓고 바로 새 게임을 시작했다. 이것도 진짜 재밌었는데 진엔딩은 못 봤다. 내가 중요한 어떤 걸 간과했기 때문. 스토리가 앙큼 달콤해서 좋았다. 당연히 살인은 있음 차를 마시면서 했는데 동거인이 거짓말할 때마다 차를 마셔대서 진짜 웃겼다. 내가 보기엔 좀만 더 압박했음 손도 떨었음. 이것저것 해보고 다시 생각해 보니 2인용 게임에 대단한 퀄리티였던 것 같다.

3. 웬디, 어른이 되렴

이야기의 빈 구멍을 메우는 순간 느껴지는 쾌감!

이건 트친분이 중간까지 플레이했다고 하셨나? 아무튼 기꺼이 내어주셔서 함께 했던 보드게임이었다(다시 한번 감사드림). 머미를 알게 된 후에 제일 하고 싶었던 건데 인원 이슈로 못하다가 플레이하게 된 날 얼마나 기쁘던지!! 게임도 진짜 재밌었다. 진짜 재밌었지 그때…. 여운도 깊고 스토리도 마음에 들었다. 지금까지 한 것 중 게임의 재미+스토리 합쳐서 제일인 듯. 이 글을 쓰다가 머더미스테리로그라는 델 알게 됐는데 이 게임이 평점 1위다. 그럴만함.

4. 시체와 온천

친구 1과 친구 2와 친구 2의 애인과 플레이했다. 어디서? 친구 1의 회사 건물에서ㅋㅋㅋㅋㅋㅋ 무난하게 재밌었다. 이땐 머미도 머미지만 애인 소개도 받고 친구 회사도 놀렄ㅋㅋㅋ 가고 해서 더 웃겼던 것 같다. 이때 내가 꽤 정확하게 추리했는데(내가 잘 한건 오래 기억함) 친구 2의 애인에게 몰매 맞고 친구 1과 친구 2에게 의심당하다 진엔딩을 못 봤다. 이날 두 번째 교훈을 얻었다. 그건 바로 의심당하지 않기…. 머미도 사회성이 좋아야 잘이용 가능한 거야. 여기까지 하고 호주에 다녀왔다. 이쯤 되면 나도 어이없는데 호주에서도 보드게임을 했다…. 머미는 아니었지만 호주 오래 산 한국인들 만나서 한밤의 늑대인간이랑 이것저것 같이 함. 허참, 그런 때가 있었지.

5. 괴도 에트워스의 도전장

사진 찾기 전까지 탐정 에트워스로 생각하고 있었음… 그날 먹은 초밥

우리 부부와 친구 커플 이렇게 넷이서 플레이했다. 친구가 많지 않으니 몇 안 되는 인맥 이렇게 다 갖다 쓴다,,,(보험광고마냥 머미찌라시 뿌리고 다니는 김시키) 이건 텀블벅에서 산 거였고 편지봉투 안에 종이만 네 장인가? 들어있는 상품이었다. 게임은 무난했는데(그간 했던 것에 비해선 평범했음) 시대적 묘미를 살린다고 도입한 세로쓰기 진행 방법이 너무 괴로웠다,,, 생각보다 읽기 어렵고 지쳤음. 사실 이때 친구 커플이 사는 큰 턱을 얻어먹고 + 사케도 즐기고 + 놀랍게도 독감에 걸려있는 상태로(담날 알게 됨) 플레이한 건데 여기서 또 큰 교훈을 얻었다. 머미는 언제나 최상의 컨디션으로 할 것. 한 번밖에 못 즐기는 게임인데 대충 넘기면 너무 아쉽다. 꽤나 졸리고 피곤한 상태에서 했더니 어찌저찌 범인은 맞췄으나 진엔딩은 못 봤고.. 다들(나포함) 너무 지치고 그래서…ㅎ (이걸 이렇게 하고 나니 머미가 하고 싶어 안달 난. 중간에 친구들이랑 보드게임카페 갔는데 딴 건 했지만 머미를 못했더니 욕구가 안 풀림. 심지어 청첩장 모임 때 친구들 꼬셔서 또 갔는데 그땐 대기 13팀이라 못 함. 생각해 보니 이 기간에 보드게임카페만 세 번 방문했구나.. 근데 머미는 0회… 힘들었을만해)

6. 몇 번이고 푸른 달에 불을 붙였다

이거 완전 로프맨이야 (사진 출처 담, 농담 출처 왕준)

이날만을 기다렸습니다.
친구들과 보드게임카페 가는 날(아님 독서모임 하는 날이었음). 히어로 보드게임카페에 머미가 있다는 놀라운 소식을 듣고 방문했다(우리가 장소를 숙대로 잡고 보드게임할까? 해서 찾아봤는데 그 당시 기준으로 한두 달 전에 도입된 거라 진짜 운명처럼 느껴졌음). 이것도 그냥 구비해둔 게 아니라 정식 제휴를 맺었댔나? 그래서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갈 수 있었다. 재밌었다. 미스터리 파티 시리즈는 처음인데 재밌었음. 구룡관 어쩌구도 해보고 싶었는데 그건 진짜 꽤 넓은 공간이랑 무려 아홉 명…이 필요해서 언제 할 수 있을지 머름. 추리도 재밌었고 속도도 좋았고 스토리도 괜찮았다. 생각보다 슬프게 끝나는데 다들 너무 슬퍼해서 내가 자꾸 슬플 거 없다고 그의 삶을 생각해 보라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왜 그랬나 싶다. 근데 난 진짜 글케 생각하긴 함. 슬프게 죽으면 다야? 아니 그래도 말하지 말걸 ㅎ

음 재미는 있었는데… 좀 아쉬웠다. 효율적인 속도와 구성으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 아닌 증거와 용의자, 맞는 증거와 용의자가 꽤 쉽게 구분된다. 플레이 시간을 늦추기 위해 만들어 둔 장치도 좀 그냥 그랬음. 아무튼 푸른 달을 열심히 플레이하고 나서 무리해서 하나 더 한 거라 매우 빠른 속도로 플레이했다. 처음으로 권장 진행 시간보다 빨리 끝낸듯ㅋㅋㅋ 이 게임도 정말 굉장히 슬프게… 신파라고 보아도 좋을 정도의 대사와 함께 끝나는데 너무 피곤해서 아주 슬프진 않았다…(?!) 공감에도 체력이 필요한 것을.

근데 이 회사의 다른 시리즈도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대서 또 해보고 싶긴 하다 ㅎㅡㅎ

이날재밋엇다그지 (사진 출처 왕준, 전구, 담) 얼마 전에 오목을 해봤는데 내가 잘 못하더라고. 생각해 보니 이런 종류의 게임은 다 잘 못하는 거 같긴 해. 근데 머미는 수리적 사고가 크게 요구되지 않고 서사의 빈 부분을 찾아내는 거라 아주 즐겁게 할 수 있는 거 같음.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과 재밌는 게임 즐기고 싶다!

이건 학교 친구들 불러 모아서 집들이했을 때 찍은 사진인데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생각해 봤는데 나는 이렇게 노는 게 제일 좋다. 친구들 집으로 불러서 준비한 밥 같이 먹고 드러누워서 수다도 좀 떨고 그러다 심심하면 식탁에 둘러앉아서 지쳐서 나가떨어질 때까지 보드게임 돌리기. 잘 보내고 뒷정리하면서 동거인과 소소하게 나누는 대화까지. 나도 바쁘고 친구들 시간 맞추기도 어렵고 동거인 내쫓기도 어려워서 자주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하고 나면 젤 즐겁고 뿌듯하다. 할머니가 될 때까지 이렇게 놀고 싶다! (노는게제일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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